지난번 시사회 이래로 종종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김독자는 유중혁의 얼굴에 약했다. 영상 통화로 모처럼의 여름 휴가니 저녁 먹자고 애원, 김독자의 주장이었다, 해서 유중혁과 함께 집에 들어섰다.

 

더워. 이게 사람이 살 날씨냐.”

 

무더웠던 날씨는 방 안의 공기를 후끈하게 만들어놓았다. 오자마자 에어컨부터 켰다. 봄에 너무 바빠서 못한 일정을 소화하고 가을에 콘서트의 일정이 잡혀서 다행이야-하고 생각하는 요즘이었다.

 

더우면 씻고 와라. 밥 차려놓겠다.”

 

저를 만나러 오기 전에 이미 저녁 준비를 해왔다면서 아이스박스를 가져온 사람이었다. 유중혁이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욕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종이봉투를 받았다.

봉투의 브랜드는 유중혁이 제게 어울린다면서 종종 선물하고는 했던 브랜드였다. 열어보니 지난번의 잠옷은 긴 것이었는데 여름이라고 짧고 시원한 재질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 맛있는 냄새. 우리 중혁이 오늘은 백숙이야?”

여름이니까. 김독자, 반찬은 식사를 꼬박꼬박 먹으라고 해줬을 텐데.”

 

일정이 바빠서 집에서 식사라고는 하루 한 번이 고작이었다고 변명해보았지만,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백숙이 끓는 동안, 유중혁의 앞에서 무릎 꿇고, 다리가 저려서 잘못했어-살려줘-를 외치고 나서야 풀려났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김독자. 넌 너무 말라서 문제다.”

……아무리 봐도 이건, 혼자 먹을 양은 아닌데.”

 

한 사람당 한 마리도 아니고 무슨 다섯 마리나 끓였어……? 평균적인 성인의 식사량을 가졌다. 한 마리까지는 어떻게 힘내보겠지만 나머지는 무리였다. 물론 김독자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유중혁의 솜씨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서 백숙은 맛있었다. 한 마리하고 반 마리를 먹고, 디저트로 내온 과일까지 먹고 나서야 식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배부르고 시원하니까 잠이 왔다.

 

김독자. 밥 먹고 바로 자면 소 된다.”

내 스케줄을 생각하면 하루쯤은 소가 되어도 괜찮아.”

 

얼굴에 인상을 쓰는 모습도 잘생겼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였다. 뉴스를 보고 유중혁이 과거에 찍었던 드라마를 케이블에서 재방송해 줄 시간이었다. 유중혁은 한숨을 쉬며 뉴스 채널을 틀어줬다.

 

조금 깨어있다가 자라. 잠들면 옮겨주겠다.”

 

뉴스를 보다가 유중혁의 뒷모습을 감상했다. 아마 팬들이 알면 난리 날 모습이었다. 운동전에 물어보니까 관리도 하는 겸, 본인이 좋아해서 하는 모양이었다. 근육……한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였다.

 

김독자. 가끔 보면 넌 네가 고백한 사실을 잊은 사람 같다. 그렇게 쳐다보면 유혹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조금 뜨겁게 쳐다봤나. 객관적으로 봐도 잘난 몸매이긴 했다.

 

혹사당한 시각을 정화하는 중이었어.”

……그걸 말이라고 하나. 김독자.”

 

유중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잘 생각이면 제대로 양치하고 자라. 말과 함께 칫솔이 내밀어졌다. 김독자는 지은 죄가 있어서 얌전히 칫솔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을 나오자, 시청 예약을 맞춰놓았던 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중혁이 아직 집에 안 가도 돼? 여동생이랑 같이 산다며.”

 

채널을 돌리면서 물었다. 유중혁은 여동생은 친구 집에 갔다. 네가 데뷔하지 못한 그 그룹 콘서트 DVD를 사줬거든. 그거 본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가하다. 눈웃음, 전에 드라마에서 보고 좋다고 했었다. 치면서 이야기하는 유중혁은 사기였다.

 

…….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자고 가도 되는데.”

 

같은 남자로서 잔인하려나. 유중혁도 작정한 얼굴이었으니 자업자득이었다. 구색갖추기에 가까웠던 손님방에서 재우면 되겠지. 유중혁을 내버려 두고 드라마에 집중했다. 물론 본 드라마지만, 다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삼 년 전에 찍은 드라마군. 전에 봤다고 하지 않았나?”

다시 보는 재미가 있는 법이란다. 중혁아.”

그래서 집에 가려고? 가는 길이면 배웅해주고.”

이미 여기 들어올 때, 기자 붙었다. 어차피 자고 간다고 해서 친한 사이라고 생각한다.”

 

하하하. 지난번에 친하다고 기사 났었지. 시사회에 초대받은 날, 기사 엄청 났었지. 그 유중혁이 직접 초대했다고. 그리고 무려 그날 함께 집에까지 왔는데 잔다고 해봤자, 둘이 친하다는 기사 정도만 나겠지. 결론이 나자 현관 옆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기 지금부터 손님방 대충 치워서 자. 나 딱히 청소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라서.”

내일은 김독자, 대청소의 시간이다. 사람이 사는 방꼴이 아니다.”

 

유중혁은 휴식기지만, 김독자의 쉬는 날은 고작 이틀이었다. 이틀 동안 이불 속에서 사둔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사람은 조금 더럽게 살아도 괜찮아. 아니면 우렁각시라도 되어주면 모를까.”

우렁각시쯤이야 되어줄 수 있다만. 애석하게도 김독자 집의 비밀번호를 모르는군.”

 

. 농담이었다고 하기에는 유중혁의 반응이 진지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라마가 끝난 시각은 1130분이었다. 유중혁은 갈아입을 옷은 필요 없고, 손님방 문을 열어보더니 소파가 좋겠다며 이불을 요구했다. 그나마 이불은 사두고 한번 세탁 후 보관한 덕분에 오케이 판정을 받았다.

 

이 정도면 보통의 남성의 수준을 가졌다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 줄래. 내 짧은 여름휴가 중 하루를 청소로 보내고 싶지 않아.”

기각하지. 내가 용납할 수 없다.”

 

여기가 내 집인 사실은 잊었나. 내일 침대에서 안 나오면 포기하겠지. 김독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유중혁은 알아서 씻고, 소파에서 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평소 기상 시각에 맞춰두었던 알림이 울렸었을 때, 잠결에 끈 기억이 있었다. 시계를 보고, 쉬는 날임을 확신하고 잠들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누군가 깨우는 손길에 짜증을 냈다. 모처럼의 휴일인데 누구야. 하고 눈을 떴을 때, 보인 사람은 유중혁이었다.

 

아침 먹어라. 김독자.”

 

순간 솟았던 짜증도 잘생긴 얼굴을 보니 가라앉았다. 이 얼굴은 언제봐도 좋았다. 느긋하게 굴었더니 세탁해야 한다-면서 이불과 베개를 모조리 빼앗겼다. 어제도 본 귀여운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우렁각시는 자는 사이에 청소하는 이야기라고.”

 

이렇게 대놓고 청소하는 우렁각시라니 사기야. 중얼거려봤지만 유중혁은 나를 들어서 식탁 앞에 앉혀놨다. 샌드위치에 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요리도 있고, 오믈렛도 있고, 어제 먹다 남은 백숙으로 요리한 닭죽도 있었다.

 

식탁에 옮겨져서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거실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유중혁은 남기지 말라면서 물 한잔을 따라주고는 이불과 함께 사라졌다. 어제와 같이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겠지. 김독자는 유중혁이 청소해놓은 거실과 부엌을 구경하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김독자. 손이 놀고 있다. 부지런히 먹어라.”

중혁아. 아침 식사라기에는 너무 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힘내라. 나는 이미 먹었으니.”

 

퇴로를 차단당했다. 하아. 그냥 어제 집에 돌려보낼걸. 약간의 후회를 담아서 남은 식사를 이어나갔다. 샌드위치는 두 개만 먹었고, 닭죽하고 오믈렛, 이름 모를 요리까지 비웠다. 과일로 내온 토마토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충 다 비웠군. 토마토를 싫어한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인터뷰에서 싫어하는 음식에 관해서 물어보는 일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알레르기 여부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건 아냐. 그냥 좋아하지 않아서.”

 

토마토를 저쪽으로 치웠다. 배부르니까 다시 소가 되고 싶었다. 소파에서 누워서 책 읽고 싶었다. 선물 받은 책들의 더미에 묻혀있고 싶었다. 설마, 서재를 치웠나? 거기가 제일 엉망이어서 마지막으로 미뤄뒀으려나. 유중혁의 눈치를 보면서 서재로 쓰고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중혁아. 여긴 안 치워도 돼.”

책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았다만 먼지라도 털고 살아라.”

 

하하하. 나름대로 서재는 청소하고 살았다면서 변명했지만, 오늘은 여기도 청소해야 독서 생활이 가능함을 예측했다. 한숨을 내쉬고 같이 해. 잠옷 대신 더러워져도 될만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유중혁과 반나절의 시간을 소비하여 대청소를 마쳤다.

 

이제 나 책 읽어도 돼?”

청소했으니 다 읽고 나서 제자리에 돌려놓는 다면야.”

 

내 집인데 허락을 구한다는 사실이 이상했지만. 읽지 못한 책을 가져와 소파에 기댔다. 이불은 세탁기에서 건조기를 거쳐 건조대 위에 놓여있었다. 유중혁은 대신이라면서 담요를 내밀었다.

 

나 책 읽는 동안, 중혁이는 뭐 하려고?”

냉장고 정리. 여기만 하면 끝난다.”

진짜 우렁각시 해주려고?”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결혼하면 집안일은 내 몫이다.”

 

여기서 한국은 동성 간의 결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가는 구박? 아니 소박 쪽이 맞으려나. 모르는 척, 가져온 책을 펼쳤다. 가져온 책의 절반쯤 읽었을 때,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김독자. 책 그만 보고 밥 먹어라.”

이것만 보고.”

네 매니저가 밥 잘 챙겨 먹이라고 했다.”

 

상아씨의 마수가 언제 여기까지……. 내키지 않은 얼굴로 책을 덮었다. 이번 점심도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3~4kg쯤 살찌워도 좋겠다는 허락도 받았나. 전부 높은 열량을 자랑하는 음식뿐이었다.

 

날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메뉴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왔던 마녀. 마녀라기보다는 이쪽은 마왕에 가까웠지만. 마왕보다는 용사님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끊긴 건, 유중혁의 시선을 느껴서였다.

잘 먹겠습니다. . 여전히 맛있다. 밥 먹을 때면. 그 고백을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결혼하려면 위장부터 길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가. 물었더니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사과를 잘라 앞에 내밀었다.

 

중혁아. 언제까지 있어?”

우선은 내일이다. 원한다면 같이 살아도 된다.”

 

……. 훅 치고 들어오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우렁각시가 이래도 되나. 공식적인 설정 붕괴 아닌가. 귀엽게 토끼 사과까지 해준 유중혁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기겁할 모습이었다. 다용도실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제가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세탁기의 소리였다.

 

저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가져와 건조대에 널었다. 집에 세탁용 세제가 없었는데. 자는 사이에 마트라도 다녀왔나. 곳곳에 못 보던 물건이 들어와 있었다.

 

세탁만 하면 끝나면 영화 볼래?”

 

유중혁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지만. 유중혁에게는 비밀로 해둔 채로, 서랍 속에서 DVD를 꺼냈다. 오늘은 3년 전의 유중혁이 나오는 로맨스 영화였다. 이 영화를 찍고서 평이 매우 좋았다. 기억에 남는 평을 고르자면,

 

잘생긴 얼굴로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웠다.’

남자 친구랑 같이 보러 갔다가 영화 끝나고, 남자 친구를 봤다가 실망했다. ’

 

이게 제일 기억에 남았다. 스케줄이 바빠서 영화관에서 몇 번 안 봐서 아쉬웠던 영화였다. 길게 상영했던 편이었지만 해외 스케줄이 생긴 탓이었다. 길게 상영하고도 DVD 발매 요청이 성화였던 영화였다.

 

어느 사이에 세탁물을 다 널었는지 중혁이가 옆에 와 앉았다.

 

본인이 주연이긴 한데, 이거 보자.”

………김독자. 꼭 이걸 봐야겠나.”

명작인걸. 영화관에서 몇 번 못 봤다고. 바빠서.”

 

크흡. 헛기침으로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걸 봐서, 부끄러워하는 얼굴인가. 이게. 카메라의 렌즈 너머로 보는 얼굴과 다른 모습이었다. 침묵하는 본인을 두고 불을 끄고 영화를 틀었다.

 

몇 번씩 봤던 영화지만, 김독자가 생각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원작 자체도 고백 장면이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짧은 입맞춤을 끝으로 엔딩이었다. DVD에는 보너스 영상도 있었다. 오늘은 넘길 예정이었다. 대신 전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딱히 누군가와 접촉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중혁아. 전부터 궁금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하는 키스씬은 어떤 기분이야?”

일이지.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흐응.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났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이런 장면에서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 보통은 입술이었지만. 부끄러우니까 볼에 대신했지만.

 

원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던데.”

 

짧은 침묵 후에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면서. 인내심? 뭔지를 물었다가는 안 될 것 같다는 위험한 예감이 들었다.

 

미안? 그냥 장난 좀 쳐봤어. 나쁜 의도는 없었다.”

김독자. 그냥 얌전히 영화나 봐라.”

 

으응. 알겠다면서 새로운 DVD를 꺼냈다. 이번 영화는 액션이었다. 2년 전에 찍은 영화였다. 어려운 액션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대역 없이 했다고 해서 화제였다.

 

로맨스 영화와 다르게 중혁이는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위아래로 몸을 훑다가 타박을 들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 영화를 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유중혁이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었다.

 

중혁아. 너 콘서트 티켓팅 안 해도 돼.”

무슨 소리냐. 이미 준비를 다 끝냈다.”

지난번에 시사회 티켓 줬으니까. 관계자용 티켓 내줄게.”

 

회사에서도 그 편이 좋다면서 권유도 했고. 나도 주고 싶고, 네 소속사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그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알겠다. 대신 네가 잘 보이는 좌석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른 좌석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하하. 지금 계획해둔 일을 발설하면 날 가만두지 않으려나. . 모르는 척하다가 무대 위에서 밝혀야겠다는 다짐했다.

 

저녁 메뉴는 뭐야?”

장어구이다. 몸이 허한 것 같아서.”

 

반박하기에는 중혁이의 기세가 무서워서 수긍했다. 집에서 미리 해왔는지 저녁 식사는 금방 차려졌다. 저녁 메뉴들이 무엇인가에 좋다는 것뿐이었지만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아온 유중혁이 할 발언도 상상이 갔기에.

 

식사가 끝나고서 얻어먹기만 해서 설거지를 시도했다가, 그대로 소파에 옮겨졌다.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역시 미용실에서 봤던 잡지의 인기투표, 사위 삼고 싶은 연예인 1위를 차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다정……. 이건 애인하게 다정하게 구니까. 아님 유혹 중이라서 그런가? 생각이 이어졌다.

 

어느 사이에 설거지를 마치고 제 옆으로 와 과일까지 내밀었다.

 

우리 중혁이. 내가 데리고 살까?”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장난치지 말라면서 귤을 까줬다.

 

장난 아닌데. 중혁이면 좋은 신랑감이랬는데. 잡지에서.”

 

미묘한 얼굴이었다. 한숨을 한번 쉬더니 제대로 된 고백이 좋다면서 과일로 입이 막혔다.

 

전력으로 유혹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군. 앞으로 정진하겠다.”

 

김독자는 여기서 위장만큼은 길들였다고 하려다가 말았다. 그저 얌전히 과일을 받아먹었다.

니아 - 여름휴가 :: 2019. 8. 15. 01:24 소설